
나는 유도분만으로 첫 아이를 출산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진통은 너무나도 아팠지만, 아이가 나오는 순간 신기하게도 고통이 잊혀지는 현상을 경험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그래서일까? 지금은 아이가 태어난 지 일주일 되는 날인데 벌써부터 끔찍했던 진통의 아픔이 잘 기억나지 않으려 한다. 이처럼 내 기억은 너무나도 희미하다. 그래서 출산 당일의 기억을 나중에도 선명하게 회상할 수 있게끔 글로 남기고자 한다.
나는 임신한 지 38주에 진입했을 때까지만 해도 제왕절개 수술의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했다. 왜냐하면 3월 초에 바로 일터에 복귀해야 하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기에 출산을 앞당겨야 했다. 그래서 매일같이 남편과 기도했다. 제발 2주만 빨리 나와달라고.. 물론 자연진통이 걸려서 아이가 일찍 나와주면 감사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수술을 해서라도 직장 복귀 일정을 맞추어야 했기 때문이다.
38주 1일 차에 접어들고 담당 주치의와 마지막 진료를 보았다. 지금까지 자연진통을 기다렸지만 그 어떤 기미도 보이지 않았기에 솔직히 자연분만을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담당 주치의는 유도분만의 가능성이 있다며 한 번 촉진제를 써보면서 유도분만(자연분만)을 시도해 보자고 하셨다. 한 주 사이에 자궁벽이 많이 부드러워진 상태라고 자연분만의 가능성을 높이 말씀하신 것이다.
직장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2월 22일에는 아기가 나와주어야 하는 상황! 그래서 그 전날부터 병원에 입원해 유도분만을 하기로 일정을 잡고 집에 귀가했다. 병원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저녁 식사로는 가보고 싶었던 포장마차 같은 횟집에 들려 남편과 저녁 식사를 하였다. 나는 정말 맛있게 회를 먹었는데, 남편은 연이은 횟집 탐방으로 배탈이 난 모양이다. 아무쪼록 병원에 들어가기 하루 전 날인데도 우리 부부는 평소와 같았으며 기분이 요동친다거나 심히 떨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말 그대로 평소처럼 차분한 일상을 보냈다.
- 유도분만 시작일 (23년 2월 21일)
버스를 타고 당당하게 병원 분만실로 걸어 들어갔다. 내가 출산을 앞둔 산모라니..? 대기실에는 수술실에 들어간 산모를 기대리는 남편들로 북적북적했다. 재빠르게 PCR 결과지를 제출하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다음 분만실에 입성했다. 분만실은 생각보다 쾌적했다. 들어가니 간단한 인적사항을 확인하시곤 혈압을 재고 칸막이로 되어 있는 대기자 침대에 누우라고 하셨다. 혈압, 체온측정 이후에는 태동검사가 진행되었고 어마무시한 분만실 내진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이지 내진은 끔찍하고 아팠다. 내 몸 장기를 마구 휘젓는 듯한 통증이 오는데, 내진을 마친 간호사 손에는 내 몸에서 나온 내진혈이 묻어있었다. 아.. 내진이 이런 거구나. 그런데 더 암울한 사실은 아직 1cm 벌어졌다는 것(사실상 자궁문이 열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내진을 마치고 이내 온몸이 오싹해졌다. 이제 시작이구나.
옥시토신이라는 촉진제를 써가며 오늘 자궁문이 열리는지 지켜본다고 하셨다. 그렇게 해서 촉진제를 맞기 시작하고 어느덧 저녁 6시. 이제는 촉진제를 종료해야 된다고 하신다. 계속해서 촉진제를 맞게 될 경우 자궁에 무리가 갈 수 있다며 오늘은 다인실 병동에 올라가서 좀 쉬다가 자연 진통이 걸려오면 다시 분만실로 내려오고, 그렇지 않으면 다음 날 오전 6시부터 일찍 다시 시작해 보자고 하셨다. 물론 하루 만에 아이가 나와줄 거란 기대는 없었지만, 촉진제도 맞고 태동검사로 주기적인 수축이 잡히는 것을 확인했는데 오후 6시까지 기다린 결과가 겨우 2cm 열렸다는 사실에 아무래도 상실감이 컸다. 이러다가 유도분만 실패로 다음 날 수술하게 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첫날에는 내진이 2번 있었으며, 1차 내진 - 1cm 열림, 2차 내진 - 2cm 열림이라는 결과만을 가지고 다인실로 올라왔다.
퇴근을 마치고 온 남편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말했다. 오늘 하루종일 촉진제를 써가면서 얻은 결과는 자궁문 2cm 열린 게 고작이라고.. 아쉬움 섞인 푸념을 했던 것 같다. 그러고선 다인실에서 하룻밤 머무르며 자연진통이 걸려오는지 기다렸다. 결과적으로는 촉진제를 맞은 그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평온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다.
- 유도분만 다음 날 (23년 2월 22일)
오전 4시부터 눈이 떠졌다. 오늘은 꼭 낳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어서일까? 분명 깊은 잠을 잔 것 같은데 눈이 말똥말똥 떠졌다. 가볍게 샤워를 한 다음 빵과 두유로 허기진 배를 달래고 6시에 맞추어 분만실에 내려갔다. 분만실에서는 오전 6시에 오라고 했지만 실은 빨리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에 5시 45분부터 내려가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태동검사와 내진이 이어졌고, 내진은 역시 너무나도 아팠지만 어제와 동일하게 2cm에 머물러있다는 답을 받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촉진제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오늘은 얼마나 진행이 되려나..? 이러다 결국 수술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여러 번 스치듯 지나갔다.
- 출산 당일 7:47 am
촉진제가 들어간 지 1시간 경과 후, 내진 결과 2.5cm가 열렸다는 말을 들었다. 정말 내진은 너무나도 고통스럽다. 내진 후 간호사의 손을 보니 또 새빨간 피가 흥건히 묻어 있었다. 이 정도면 일부러 내 몸을 마구 휘젓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오싹하다. 아무튼 0.5cm가 더 벌어진 상황... 그래 조금이라도 벌어지니 다행이라는 생각에 편히 누워있었다. 이때까지 수축은 생기는 듯하였으나, 이렇다 할만한 진통이 없는 상황이었다. 정말 진행이 더디구나.. 느껴졌다.
- 출산 당일 8:35 am
담당 주치의가 출근해서 커피 한 잔 들고서는 분만실에 들렸다. 나에게 말하길 '어떻게.. 좀 아픈가요?'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아무런 진통도 없었기에 '아뇨, 아직 아프지가 않네요'라고 말했다. 담당 주치의는 '빨리 진행이 되어야 할 텐데...' 하시고는 떠나셨다. 이때까지만 해도 너무나 평온했고, 그다음 벌어질 일을 전혀 상상하지 못한 채 웃으며 주치의와 인사하고 마음 편안히 지냈다.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분만실 간호사 선생님이 나를 대기자 침대에서 가족분만실로 옮겨주었다. 지금까지는 간이침대 같은 곳에서 지냈는데 이제는 가족분만실에 가 있자고? 아직 진행된 것이 없어서 왜 옮겨주는지 이유를 몰랐지만 들뜬 마음으로 짐을 챙겨 가족분만실 1번 방으로 옮겼던 것 같다.
- 출산 당일 9:34 am
분만실 간호사가 오더니 갑자기 항생제 테스트를 한다며 한 쪽팔을 내달라고 한다. 따끔하고 생각보다 많이 아팠다. 뭐 결과는 이상 없었다. 곧이어 분만실 간호사 다른 선생님이 나를 쳐다보며 걸어온다. 이제는 눈빛만 봐도 알 것 같다. 내진하려고 오는 저 발걸음... 정말이지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다. 아니나 다를까 내진을 하겠다며 비닐장갑을 낀 채로 나를 바라본다. 휴.. 그런데 이번에는 자궁마사지를 해준다는 것이 아닌가? 웬 자궁마사지?라고 했는데... 내진할 때처럼 마구마구 휘젓더니 양수를 일부러 터뜨렸다. 다리 사이로 뜨끈한 물이 주르륵 흘러나오는 것이.. 너무나 기분이 이상하면서 아랫배는 더욱 깊게 요동치며 아프기 시작했다.
- 출산 당일 9:35 am
양막을 터뜨린 걸까? 양수가 흘러나오고 나서 본격적인 진통이 시작됐다. 진통은 말이 안 나오는 아픔이라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다. 지금까지 살살 아팠던 건 모두 가진통이다. 진진통이 걸려오자마자 단번에 '이게 진통이구나!'라고 알 수 있었다. 그만큼 묵직하면서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이 시작되었다. 마치 몰려오는 파도처럼 한 사이클 진통을 흘려보내면, 또 진통이 찾아오고.. 정말이지 양수가 흐르고 나서부터는 정신없는 고통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참아보려 했지만 더더욱 커지는 진통 앞에서 나는 다급히 무통주사를 외쳤다. 도저히 내가 견딜 수 있는 고통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 호흡법도 연습해서 갔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진통이 몰려올 때면 긴 호흡을 할 수 없었고, 헥헥 거리며 숨도 겨우 쉬면서 목이 쉬어라 울부짖는 상황이 생겼다. 그런데 무통주사를 놔주시는 마취과 선생님이 수술방에 들어가 계셔서 바로 올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한 30분 정도를 진통과 함께 기다렸을까...? 마취과 선생님께서 수술이 끝나 이제 오실 수 있다는 희망찬 답변을 들었다. 이때는 진진통이 몰려온 순간부터 1시간 정도 경과한 것 같은데 너무나도 힘들고 아팠다.
- 출산 당일 10:40 am
드디어 마취과 선생님이 오셨다. 나는 선생님이 오자마자 바로 척추에 무통관을 연결할 수 있게끔 새우처럼 구부린 자세를 하고 대기 중에 있었다. 관을 연결하는 도중에도 2~3번 진통이 올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있었다. 움직이면 다칠 수 있고, 관 연결에 실패할 수 있으니 이번에 걸려오는 진통은 무조건 견뎌야만 했다. 다행히 2~3분 정도 지났을까? 등 뒤에 따끔하는 느낌이 들더니 이내 시원한 물줄기가 등을 타고 흐르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무통주사가 관을 지나면서 퍼지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무통관을 연결하고 10분이 지나기 전에 진통이 가시는 것 같았다. 그러곤 무통관을 연결하고 15분이 지났을 때에 완전한 무통 천국을 누릴 수 있었다. 그야말로 '할렐루야!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무통주사가 잘 듣지 않는 산모도 있는 반면, 나는 무통주사의 효과를 제대로 누렸던 것 같다. 진통이 가시니까 얼굴에는 평온할 때처럼 웃음이 피었고 남편과 시시콜콜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무통 효과가 있을 때 열심히 짐볼 운동을 해 두라는 간호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서 복도에 나가 열심히 몸을 흔들며 짐볼을 탔다. 왼쪽으로 크게 원을 돌리며 골반을 풀어주었고, 오른쪽으로 크게 원을 돌리면서 마찬가지로 골반이 잘 벌어지고 아이가 내려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짐볼을 탔다. 그동안 짐볼을 탄 적이 없어서 짐볼의 효과를 잘 모르겠지만, 아이가 빨리 내려오게 하는데에 짐볼이 좋다고 해서 시키는 대로 하였다. 옆에 있던 남편도 함께 짐볼 운동을 하면서 무통 천국을 1시간가량 누렸던 것 같다.
- 출산 당일 11:40 am
분명 무통주사는 2시간 정도 지속된다고 했지만, 체감상 2시간까지 가는 것 같지는 않았다. 길어야 1시간 30분 정도 지속되는 듯하다. 실제로 완전한 고통에서 해방된 시간은 1시간 정도이고, 앞뒤로 15분 정도는 약한 진통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점점 무통주사 효과가 떨어져 가던 중.. 다시 온몸에 진통이 느껴져 저절로 침대에 누울 수밖에 없었다. 점점 아랫배와 골반뼈가 욱신거리면서 아파오고 이대로는 한 발자국도 내 힘으로 움직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아프더라도 침대에서 아파야 그나마 덜 고통스러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무통주사의 효과가 끝나가던 중.. 나는 어김없이 짐승처럼 아프다고 울부짖기 시작했다. 분만실이 떠나가라 울면서 소리 질렀던 것 같다. 정말이지 체면이고 뭐고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너무너무 아팠다. 내가 느꼈던 진통을 표현하자면, 내 아랫배를 아주 무거운 맷돌이 아주 서서히 으깨면서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동시에 내 골반뼈와 다리를 잇는 관절, 그리고 뒷 허리의 뼈 마디마디를 날카롭고 차가운 무언가로 계속해서 쑤셔대는 듯 한 느낌이 계속되었다. 너무 아파서 다시 무통주사를 놓아달라고 울부짖던 도중, 내진을 해보니 5~6cm 정도 열렸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 출산 당일 12:10 pm
아마도 이때쯤인 것 같다. 너무 아파서 울부짖는 상황에서 제발 무통주사를 더 놔달라고 소리쳤다. 예상했겠지만 의료진들은 내 울부짖는 소리에 단번에 달려오지는 않았다. 얼마나 야속하던지.. 무통 효과가 다 끝날 때까지 충분히 더 진통을 겪게 하려는 셈인가? 무통주사의 효과가 끝나고 나서 (내 예상이지만) 한참 기다려서야 2차 무통주사를 맞을 수 있었다. 그런데 무통주사를 절반만 놔준다는 것이 아닌가? 무통주사를 하나 맞아도 2시간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데 도대체 왜 절반만 놔준다는 것인지 도통 이해가지 않았다. 속으로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이론적으로 무통주사 반 개를 맞으면 1시간 동안 통증이 경감되어야 하나, 실제로는 40분 정도밖에 지속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남편을 통해서 들었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때 당시에 7~8cm 진행이 되었기 때문에 무통주사를 절반만 놔주고 경과를 지켜본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나는 진통으로 너무나 아파했고, 그 어떤 경황도 없었기에 7~8cm 열렸다는 의료진의 말을 전혀 듣지 못한 채 여전히 5~6cm에 머물러있는 줄로 알고 무통주사 반 개 놔준다는 의료진을 원망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1차 무통주사를 맞았을 때는 아이가 내려오는 느낌은 종종 있었으나, 고통이 없다시피 했는데.. 2차 무통주사를 맞았을 때는 이상하게도 고통이 느껴지는 것이다. 뭔가 잘못된 것 같아서 남편을 통해 '왜 무통주사 효과가 없느냐?'라고 어서 여쭤봐달라고 부탁하였다. 남편이 곧장 의료진에게 문의한 결과, 무통주사는 통증을 경감(완화)시켜주는 것이지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 따라서 무통주사를 맞았어도 통증이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그러면 나는 이 고통을 언제까지 얼마나 더 참아야 하는가?'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머리가 아파왔다. 진통을 겪으면서 도중에 분만실 간호사 선생님과 함께 힘주기 연습을 5번 정도 했고, 진통을 겪으면서 아이가 서서히 내려왔는지 아이 머리가 보인다고 알려주셨다. 하지만 아직 나올 단계가 아니라 조금 더 기다리면서 진통을 참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 출산 당일 12:40 pm
갑자기 분만실에 있던 간호사들이 내가 있는 가족분만실에 총집합했다. '어? 이제 나오려나..? 그런데 벌써 아이가 나온다고?' 난 솔직히 좀 의아했다. 선생님들이 다 같이 모였다는 것은 곧 출산에 임박했다는 신호임에 틀림없음에도 갑작스레 진행이 빨라진 것 같아서 당혹스러운 마음이 컸던 것이다. 이때에는 2차 무통주사의 효과가 거의 다 떨어져 가는 시점이라 진통이 오는 그대로 다 겪어야만 했다. 아랫배와 골반은 더욱 묵직해져만 갔고, 진통의 주기와 강도도 더욱 강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간호사 선생님은 남편을 잠시 밖으로 내보냈고, 내가 누워있던 침대를 순식간에 분만용 침대로 펼쳤다. 양쪽 다리를 고정하고 힘주기 연습을 계속하던 중, 얼마 지나지 않아서 주치의 선생님이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정말 출산이 임박한 것 같아서 내심 기쁜 마음이 들었다.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우리 아이를 만나는구나! 드디어 오늘 나오는구나.. 진통을 최대한 잊기 위해서 온갖 희망회로를 그리는데 힘썼다. 주치의 선생님이 들어오자마자 연습했던 힘주기를 했다. 이제 아이 머리가 거의 다 내려왔다며 힘을 주면 곧 나올 거라고 하셨다. 아마 이때 열상방지 주사를 놔주신 것 같고, 회음부 절개도 들어갔던 것 같다. 마취되어 있어서 아프지는 않았지만 주사 바늘이 들어오는 느낌과 날카로운 무언가가 살을 가르는 듯한 느낌이 났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나는 간호사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서 정말 온 힘을 다해 힘을 주었다. 한 명은 내 윗배를 정말 있는 힘껏 눌렀고, 다른 두 명의 선생님은 내 다리를 있는 힘껏 당겼다. 중간에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10초 정도 참으면서 힘을 주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정신이 나갈 것 같은 느낌으로 힘을 주던 중 드디어 아기 머리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출산 당일 1:19 pm
드디어 아이가 세상에 나왔다. 무언가가 내 다리 사이에 걸려있는 느낌에 옴짝달싹 못했는데, 머리가 나오고 나서는 금방 아이가 내려왔는지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눈을 떠서 아이를 보고 싶었는데 눈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힘 없이 눈을 감은채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남편이 이내 들어와 아이의 탯줄을 잘랐고(나는 그 모습을 보지는 못했다), 아이의 상태를 확인시켜 주는 간호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드디어 나왔구나. 아이도 좁은 산도를 통과하느라 무척 힘들었을 텐데 이렇게 건강히 나와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한시름 마음을 놓게 되었다. 후처치를 하는 동안 남편은 다시 분만실 밖으로 나가 있었다. 후처치는 생각보다 빠르게 이루어졌으며, 절개한 부분을 꿰맬 때 따끔따끔한 약간의 아픔이 느껴지는 정도였다. 중간에 태반을 뺀다고 힘껏 내 배를 눌렀는데, 그때에도 배가 아팠지만 견딜만하였다. 내 몸에 남아있는 탯줄을 꺼낼 때에는 무언가가 주렁주렁 내 몸 밖으로 나가는 느낌이 선명하였다. 이제 다 끝난 걸까? 내 주치의는 수고했다는 말과 축하한다는 말을 남기고서 유유히 사라졌다.
- 출산 직후
이제 출혈이 잘 멎는지 지켜보아야 했다. 출산 당일 이른 새벽에 빵과 두유를 먹었지만, 이것 말고는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 그래서 너무나 허기진 나머지 뭐라도 빨리 입에 넣고 싶었는데, 최소 2시간은 금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료진의 권고가 있었다. 나는 분만했던 침대에 그대로 누운 채 오로 배출을 위한 거즈를 대고 한참 동안 이불을 덮고서 누워있었다. 하루종일 울부짖어서 목이 아팠고, 으쓱하니 체온이 떨어진 듯한 기분도 들었지만, 무엇보다 아이가 무사히 나와주어서 감사한 마음이 더 컸다. 좋아! 이제 아이를 낳았으니 빨리 회복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는 순간이었다.
- 출산 후 2시간 뒤
오로가 한참 동안 꽤나 많이 흘러나왔다. 중간에 남편이 산모패드를 갈아주었고, 다시 평정심을 되찾은 나는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진진통이 걸리고 나서 약 4시간이 경과하기 전에 아이를 출산하게 된 것이 너무나 감사했다. 나중에 자세히 쓰겠지만 이 모든 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기도해 준 결과이다. 아무쪼록 출산하고 나서 2시간 이내에 큰 이상 증세가 없어서 나는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그래도 아이 낳은 산모라고 바로 수면양말을 신겨주고 휠체어에 태워서 편안하게 이동시켜 주더라.
가능한 더 자세히 적을 수 있지만 일단 여기까지 적으려고 한다. 출산을 경험해 보니 '이게 말로만 듣던 해산의 고통이구나' 알 수 있게 되었고, 왜인지 모르게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듯 한 느낌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제 이 아이를 잘 양육하고 성실하게 돌보아야겠지? 앞으로 한 아이의 부모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은 출산의 고통에 비하면 더 크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저 오늘은 아이가 건강하게 이 세상에 나와주었다는 그 사실 앞에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맙다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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